C. 누구야? 누구야? 어디야? 뭐야? 머리 아픈 소음 사이로 계속해서 물음표가 떠다녔다. 뉴욕 시내에 있는 시계 가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들이 이곳에 있어서, 째깍거리는 톱니바퀴 소리에 귀가 멀어버릴 것 같았다.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그 사이로 빨려 들어가 갈가리 찢기는 기분이 들었다. 아파. 아파? 아니야, 아프지 않아. 아파. ...
전통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타고난 마법 실력을 인정받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지만, 사실 집안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을 지키려다 죽은 형 때문에 어머니에게 홀대받고 그저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한 씨수마 취급을 받는 덜 자란 영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그레이브스와 그를 위해 마련된 크레덴스. 씨암말과 씨수마가 교미할 적에는 발정이 나 흥분한 씨암말이 혹시라도 씨수마...
"내가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그건 이제..." 애써 담담하게 말했지만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벽에 쳐박히며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본 그레이브스는 눈썹을 찡그리며 자신 앞의 소년을 쳐다봤다. 난처한 듯 오른손을 들어 턱을 한 번 쓸어내린 그레이브스는 이미 지팡이를 꺼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언제 소년이 폭주할지 몰랐다. 수백 번을 소...
"식, 식사하세요, 그레이브스 씨."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의 저녁 식사는 침실에서 이루어졌다. 은쟁반 위에는 늘 다양한 식기가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딸기'예요." 소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단맛이 나는 세이프 워드였다. 그는 식사예절을 잘 알았다. 소년이 몸을 떨며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할 때면 애피타이저를 먹듯 부드러운...
있는 듯 없는 듯 응달만 골라 걷는 소년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늘 존재했다. 요령없는 물수제비처럼 띄엄띄엄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소년은 늘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그럴 수록 그들은 측은지심을 가지고 소년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친구가 되어줄게.' 자신의 관심이 연민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라며 한껏 끌어올린 입꼬리를 바라보며 소년은 떨리는 ...
"야." 돌멩이를 던지듯 아무렇게나 툭 뱉은 말이었다. 얌전히 앉아 책을 보는 뒷통수에 대고 무어라 말할지 잠깐 고민을 하다 고른 말이었다. 이름을 부를까. 그도 아니면 저 동그란 뒷통수를 냅다 때리기라도 할까. 깜짝 놀라 금방 고개를 돌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소년은 끄떡없는 뒷모습을 한 채로 조용히 다음 장으로 눈을 옮겼다. 나무에 기대...
"아." 덜덜 떨리는 손은 땀범벅이라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총을 수십 번 고쳐 잡았다. 딱딱 소리를 내며 이가 부딪히는 바람에 계속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제발, 한 번만.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긴 속눈썹 끝에도 땀방울이 매달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따가웠다. 마침내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힘을 다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손에 평생의...
C. 누구야? 누구야? 어디야? 뭐야? 머리 아픈 소음 사이로 계속해서 물음표가 떠다녔다. 뉴욕 시내에 있는 시계 가게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들이 이곳에 있어서, 째깍거리는 톱니바퀴 소리에 귀가 멀어버릴 것 같았다.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그 사이로 빨려 들어가 갈갈이 찢기는 기분이 들었다. 아파. 아파? 아니야, 아프지 않아. 아파. ...
새벽에는 늘 네 생각이 났다. 아직 눅눅한 여름이었다. 나는 늘 열대야를 핑계로 네 생각을 했다. 다 괜찮다고 했다. 너는 잊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너는 거짓말을 할 때, 괜히 손바닥의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그런 네 모습을 볼때면 나는 썩은 동앗줄을 잡고 있는 것처럼 불안했다. 나는 네게 얼마만큼의 슬픔이 남아있는지 도무지 계산이 안됐다. 그렇게 똑똑하던 ...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직도 회색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도무지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방 안의 습도가 높았다. 그는 어쩐지 눅눅하게 느껴지는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물었다. 차칵,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올라온 불꽃은 담배의 꽁무니를 쫓았다.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물고 훅 숨을 들이켰다. 깊게 들이쉰 뒤 후-하고 뱉은 연기는 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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